2009년 12월 15일 화요일

그는 대체 뭐였던 걸까.

그는 내게 좋아한다고 말했다.

그게 두 번째였다.

난 그를 믿지 않았다.

적어도 나에게, 그는 그저 그런 변태 남자애로 각인되어 버렸으니까.

 

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런것만도 아닌 것 같다.

그는 내게 같은 학교를 가자고 했다.

그와 나의 실력 차이는 꽤 되는데도.

자신이 낮출테니 같은 학교를 가자고 했었다.

그리고 그는 나 덕분에 내가 듣는 음악을 듣게 됬다.

나 때문은 아닐지라도, 적어도 내가 계기를 준 건 사실이였다.

 

그러나 그는 가끔씩 너무 서툴렀다.

자신의 의도를 너무 나에게 노골적으로 얘기하려 했다.

난 사실 그런 얘길 길게 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.

여자와 그런 얘길 하는 것과 남자와 그런 얘길 하는 건, 확실히 다르다.

상대방도 그런 얘길 싫어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

동성과,그러니까 여자와 그런 얘길 하는 건... 그냥 웃을 수 있는 하나의 떡밥에 불과한 것이다.

그러나 이성과 그 얘길 하면... 위험하다.

뭐라고 더 표현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, 그냥 직감적으로 위험해! 라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되나.

 

그가 두번째로 날 좋아한다고 말한 날, 난 그가 부담스러워졌다.

그는 나라는 존재를 원하는 걸까, 아니면 그냥 여자를 원하는 걸까.

좋아하는 걸까, 아니면 원하는 걸까.

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깊은 관계를 좋아하지만

그런 식의 관계는 싫었다.

마치 '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는 거야.'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관계.

그냥 친구이고 싶었다. 그대로가 좋았는데.

그는 그게 아니였나 보다.

 

솔직한 건 좋았지만, 그런 식의 솔직함은 상대에 대한 무례함일지도 모른다.

그걸 말하고 싶었지만, 한편으로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고싶지 않았다.

그래,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그냥 나와 하는 걸 바랬을 지도 모른다.

아니 난 확실히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. 그는 단지 나와 하기를 바래서 저런 말을 하는 거라고.

그는 확실히 서툴렀고, 난 그가 생각하는 것 만큼 순수하지 않았다.

 

왠지, 조금은 아쉽다.

세상을 냉정하게 보는 눈을 가진 아이였는데.

그래서 대화하면 뭔가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.

그게 좋은 느낌인지 나쁜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, 어쨌든 그와의 대화는 좋았던 것 같다.

어찌 되었든.

 

그냥, 밤, 생각난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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